산행기

산행일기

안동인 2005. 5. 26. 11:50

555

희방폭포

 

5월 21일

05시 30분 기상. 흐린 가운데에도 동녁은 이미 밝아오고 있다. 꽤 여러번의 주말을 산행으로 보낸 터, 곤히 자는 아내를 깨우기가 부담스럽다. 어제 저녁 챙긴 베낭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본다. 별 부족함이 없는 듯하다. 고양이 걸음으로 우유와 선식으로 가벼운 조반을 떼우는고 베낭을 메고 나서려는 순간 아내가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거 냉동실에 물 얼린 것 하고 냉장고에 오이 몇쪽 챙겨 놓았으니 가져 가시오." 다행히 쫓아내지는 않을 모양이다. 어쩌면 쫓겨나는 그날로 내겐 축복(?)이 날일지도 모르지만...

새벽 지하철 사람이 많다 자리를못잡을 정도는 아니었지만...강변역 도착 7시 정각. 예정보다  빠른 시간이다. 기다리는 신문을 펼쳐 들지만 뭐 그리 좋은 소식들은 없다. 7시 30분 마침내 버스는 목적지로 향했다. 풍기 희방사 계곡에서 시작, 단양의 천동리로 하산할 계획이다. 이른 기상 탓인가? 버스가 출발하자 이내 잠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금방 치악휴게소의 도착을 알리는 기사양반의 목소리가 들리고, 용변을 마치고 나서는데 누군가 뒷덜미를 잡아 챈다. 뒤를 돌아보니 중학교 동창 K군이 뒤에서 웃고 있었다. 고향 가는길이라며.. 참 세상은 좁다. 다시 버스에 올라 풍기에 도착하니 10시 10분. 희방사행 버스를 기다려 보나 함흥차사다. 장장 30분여를 기다리다 결국은 등산복 차림의 젊은 부부와 택시를 타고 희방사 계곡으로 올랐다.

 

지난 2월 눈으로 덮힌 소백산을 다녀 왔었다. 40여명의 친구들과 함께한 산행은 前週의 사고소식으로 안전한 산행에 신경을 곤두 세우느라 소백의 진정한 풍광, 설경을 보지 못하여 아쉬웠으나 오늘은 혼자만의 산행이다. 맘껏 소백의 정취와 화려한 철쭉들의 향연을 볼 수 있으리라. 마침내

산행 깃점에 섰다. 삼십여년 전 무수히 드나들던 곳이다. 그제 내린 비 탓인가  잎새는 푸르름이 한층 더하여 빛나고 솔끝에 피어난 松花에서는 은은한 솔향기가 풍겨 나오고 있었다. 계곡을 거슬러 오르기 시작했다. 등산로변에는 잘 정비된 숙영지와 계곡을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아취교가 놓여 있다.

 

바위에 부딪쳐 부서지는 하얀 물보라와 옥빛 潭들을 지나자 계곡을 힘차게 우러르는 희방 폭포가 눈앞에 선다. 잠시 다리를 쉬며 폭포수를 렌즈에 담고 희방사에 다달으니 아쉽다!  절집 풍경이 과거와 많이도 달라져 있다. 하기사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했거늘... 아쉬움을 뒤로하고 연하봉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깔딱 고개를 단숨에 올라 또 다시 숨을 고르고 고개를 들자 하나, 둘씩 철쭉이 아름다운 자태를 나타내기 시작한다. 떠나 오기전 개화가 늦어져 만개한 철쭉을 볼 수 없다는 관리소의 전언에 다소 실망하기도 하였지만 기실 꽃의 아름다움이란 그 滿開 직전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는 사실을 이번 산행에서야 깨닫게 되었다. 소백산의 철쭉은 산의 標高와 日照量에 따라 그 빛이며 開花의 정도가 같은듯 달랐다. 만개한 연분홍빛, 붉음이 더하는 터지기 직전의 짙은 분홍빛 봉오리, 막 움틀 무렵 핏빛에 가까운 작은 꽃봉오리까지 모두가 다 나름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연화봉에 올라 계곡마다 그 푸르름이 다른 연봉들을 조망하고 천문대 전망대에 오르니 정상 비로봉의 모습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흐려 있던 하늘은 이미 쾌청하게 개어 있고...전망대 아래에서 가벼운 중식을 끝낸고 신문지를 깔고 누워 바라본 푸른 하늘에는 바쁘지 않은 흰구름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잠시 나른한 午睡에 졸다 다시 정상을 향해 오르기 시작 하였다. 곳곳의 잘 놓여진 목책길이며 터널을 이룬 숲길을 지나노라면 이름 모를 작은 들꽃들의 군락이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등뒤로 불어오는 소백의 바람을 마시고 도시의 찌든 분진을 토해내며

마침내 정상 비로봉을 올랐다. 

한겨울 그 추웠던 찬바람의 자취 없고 맑고 신선한 바람이 가슴을 파고 든다.

 

시간을 보니 오후 4시 혼자 산행이라 너무 여유를 부린 모양이다. 발길을 서둘러 주목군락지와 감시초소를 지나 발길을 서둘러 천동이로 하산길에 접어 들었다.   

침엽수림이 하늘을 찌를 듯 늘어선 등산로 아래로는 작은 물보라를 일으키며 흐르는 맑은 계곡수와 이름을 알 수 없는뭇 새들의 지저귐이 아름다웠고 잠시 다리를 쉬려 벗은 발을 계곡에 담그자 발끝으로 부터 전해진 차가운 기운이 금새 폐부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어 寒氣가 들어와 황급히 발을 뺏다 넣었다를 반복할 수 밖에 없었다.

 

희방계곡에서 시작한 산행은 천동리 계곡 고산자 김정호의 공적비를 만나면서 끝나고 단양에서 기차편으로 귀경하기로 했다. 다리가 보이고 푸른 강에서는 쏘가리 잡이에 한창인 몇 무리 사람들이 보이거, 다리를 건너자 읍내가 혼잡하다. 철쭉제가 시작을 알리는 현수막이 곳곳에 서거 흰 천막의 무리들이 작은 읍내를 점령하고 있다. 고수동굴을 보기로 하였으나 시간이 촉박하여 단양역으로 이동. 6시 38분 청량리 행 열차로 귀경하고 말았다.

 

7시간여의 혼자만의 산행이 조금도 지루하지 아니하였던 것은 계곡을 수 놓은 초록빛 樹林과 계곡을 씻어내리는 폭포수, 이름을 알 수 없는 뭇 새들의 지저귐, 짙은 녹음을 뚫고 간간이 나타나는 햇살과 푸른 하늘, 그리고 흰구름이 있었고 중턱을 넘어서면서 부터 나타나는 철쭉들의 향연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오는 5월 29일에는 주왕산으로 산행이 계획되어 있다.

올들아 벌써 세번째의 주왕산행이지만 언제나 산은 내 기대를 저버린 일이 없었다.

아마도 또 다른 운치와 재미를 느낄 수 산행이 될 것이라 생각해 본다.

                                                                              2005년 5월 26일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악산 - 장수대~십이선녀탕  (0) 2005.07.01
삼악산 산행후기  (0) 2005.06.13
산행일기 - 청량산  (0) 2005.04.29
산행일기 - 태백산  (0) 2005.04.29
을유년 첫산행 - 북한산  (0) 2005.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