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첫 산행에 불참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었다.
태백산행 공지가 되고 꼬리에 몇몇 눈에 익은 닉과 가끔씩 다른 동네(느낌방의 다른 코너)에서 보던 닉도 더러 보였다 . 당연히 참석하마 꼬리 달때만 해도 문제가 없었는데,
웬걸 '시집가는 날 등창 난다'던가 밥 먹여 주는 집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가 열린다.
이거 큰일이다 산에는 가야겠고 약속은 제법 지키려 노력하는 편이긴 하나 경거망동 하다간 고향 앞으로 가야 할 형편이다.
고향이라야 말로만 고향일 뿐 땅 한평, 방 한칸 없는 놈이 달랑 마흔 하나 여동생 가족만 살고 있는데...
토요일 이른 아침 마음을 다져 먹고 등산복 차림으로 출근했다. 여느 토요일이면 만사형통 거리낄 것 없는 날인데... 어제 까지만해도 그리도 아름답던 양평 가는 길의 그 수많은 까페며, 동쪽 하늘에 붉게 떠오르는 태양, 그 아름답게 보이던 눈덮힌 호수가 도통 눈에 들지 않는다.
'그래, 눈치 보아서 여차하면 도망 가야지'
헌데 그 여차의 기회가 오지 않는다.
대장에게 연락을 했다.
"어이 만복이, 내 좀 늦을지 모르겠다. 최악의 경우에 휴게소에서
만나자".
결국 최악의 순간이 오고 말았고 원주문막 휴게소에서 12시 ~ 12시30분경 만날 약조를 하였다. 오후 10시40분 일과(?)를 끝나고 직원 한놈을 끌고 휴게소로 이동하였다.
한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라
들었건만 마음이 바쁘다. 톨게이트 를 지나 문막휴게소로 이동하는 길, 원주 이정표만 보일 뿐 문막휴게소가 보이지
않는다. 숱하게 다니던 길인데…
결국 만복이에게 다시 전화를 하게 되고 통화가 시작 될 무렵 문막휴게소의 이정표가 보인다. 눈앞에 문막휴게소를 진입하는 버스 한대가 보이고 그 버스 친구들이 타고 있는 버스임을 알게 된다. 친구들이 하나, 둘 버스에서 내려오고 있었고… 몇 친구들과 수 인사를 나누고 버스에 동승하자 목적지를 향해 버스는 검은 밤속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새벽 산행에의 부담 때문일까?
소등(消燈)을 하자 대부분의 친구들이 가면(假眠) 상태로 들으 듯 하다. 한, 두 친구들은 깊은 수면으로 들어 코를 골기도 하였지만…
오랜만(?)의 무박 산행이다.
산행 그 자체도 좋지만 늦은 밤시간의 이동, 그리고 검은 밤의 정취를 좋아한다. 커튼을 내리지 않고 창(窓) 밖을 바라 보고 있은데 오늘 처음 본 친구가 옆자리에 앉은 친구에게 커튼을 내려 주라고 한다. 안면(安眠)을 위한 친구의 배려가 고마웠다.
별란(?) 내라 크게 도움 되지는 않았지만 그 고운 마음은 고맙게 접수하리라.
도착 이후의 풍경은 앞서 채홍 친구의 글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내게 있어 새로운 친구들이 많은 것이 다소 생소하고 어리둥절, 쑥스럽긴 하였지만…
산행에 들어 최초 후미에 위치 하였다. 민족의 영산(靈山) 태백의 일출이며 답설(踏雪)을 위한 등산객들의 물결이 이른 새벽임에도 파시(波市)를 맞은 섬과도 같다. 복잡한 길이 싫어 이내 걸음에 가속도를 붙였다. 추월에 추월을 거듭 마침내 내 앞에 아무도 서지 않았음을 알고 땀을 닦으려 잠시 휴식에 들었다.
바람이 찬데 뒤따르던 친구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지 오지 않는다. 다시 겉옷을 걸치고 20여분 이상을 제자리에 뚜며 추위를 쫓고 있을쯤 하나, 둘 친구들의 모습들이 보인다.
"그래, 오늘 내 목표는 달성하였다.
이 추운날(?) 땀나게 山을 올랐으니 지금부터 친구들과 보조를 맞추자" 걸음의 속도를 늦추고 숨을 고르며 친구들과 보행 속도를 맞춰 걷기 시작하였다.
걸음을 늦추자 아름다운 설산(雪山)의 야경이 눈에 보이기 시작 했다.
중천의 달은 구름에 가려 그 빛을 다하지 못하였으나 산을 온통 덮어 버린 눈빛의 반사로 휴대한 렌턴이 소용 없었고 곳곳에 기기묘묘한 주목들의 아름다움이며, 하늘에서 떨어지는 미세한(?) 눈 싸라기들이 보이고 동행한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하여 얻어지는 삶의 지혜와 유쾌한 웃음들은 험한 산행의 고생을 능히 인내케 하고 남음이었다.
누군가가 쓴 느림의 미학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산행에서도 그 의미는 다르지 않았다.빠르면 빠른대로 느리면 느린대로 산행은 각각 그 나름의 맛과 향을 지니고 있다.
너무 이른 시간의 정상의 정복, 흐린 날씨에 찬 바람의 기습으로 천제단에서의 일출상봉을 포기하고 문수봉으로 이동을 위해 내리막길로 접어 들 즈음 '지연' 친구가 무릎의 통증을 호소한다. 아무래도 수술한 무릎으로 너무 무리한 것이 아닌가 싶다. 베낭을 받아 메고 지연이의 뒤에 위치하여 문수봉을 거쳐 긴 하산길로 접어들다 '해밀'과 '사랑2'를 만나 하산길에 동행했다.
여인들이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특히 아름다움에의 관심이란…
한파가 몰아치는 산정(山頂)에서도 쉬는 틈틈이 언손으로 이쁜 얼굴을 다듬기에 여념이 없던 OOO친구며, 눈빛에 그을린 얼굴을 속상해(?) 하는 해밀 친구며, 그외 다른 모든 친구들 그들은 참으로 아름다운 여인들이다.
해밀 친구가 꽤 힘이 드는 모양이다. 산행이란 늘상 뒤쳐진 사람들이 고생(?)을 하기나름, 선두 그룹의 인간들은 금방 몹쓸 인간(?)이 되고 만다. 그 작고 고운 입으로 선두 그룹을 형성하여 하산한 친구들에게 원망(?)이 쏟아진다.
“이 인간들은 한번 쉬지도 않고 가벼렸나 봐”
마침내 이정표에 0.2km가 나타나고 여유를 찾은 '지연' 친구, 0.2km와 200m의 어감의 차이란 0.2km란 멀고 200m란 엄청 가깝게 느껴진다나… 참으로 그럴 듯 하다. 그래서 말과 글이란 늘 가려 쓸 필요가 있음을 알게 된다.
장장 6시간의 대장정 태백산 산행이 끝나고 자리를 옮겨, 이른 점심으로 먹은 닭갈비탕은 별미였고 한잔술을 아쉬워 하는 현성이와 보석이를 설득반 협박반(?)으로 하여 아쉬움을 뒤로한 채 귀경길에 올랐다. 차안에서 강한 총무(?)의 제어로 여흥을 다하지 못한 일부 친구들의 아쉬움이 없었던 ㅡ바 아니나 친구들은 이내 나른하고 상쾌한 잠으로 빠져 들었다.
휴일을 끝내는 귀경길은 차랴들의 홍수로 지루하고 피곤은 하였으나 즐겁고도 보람 있는 하루가 아니었나 싶다. 새로운 친구들과의 만남이 즐거웠고, 도착 후 뒤풀이 대포 한잔 나누지 못하고 헤어져 미안한 맘 없지 않으나 친구들의 넓은 아량과 이해를 바라는 바이다.
특히 산방 분위기 메에커인 보석이에게…
친구님들 다들 편안히(?) 귀가 하셨으리라 믿고,
다음달 소백산 산행에서도 더욱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어제 하루 즐겁고 보람 있었음을 다시 한번 감사하게 생각한다.
월요일 오후 '정유산우회' 복주
2005.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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