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산행일기 - 고향 갈라산에서

안동인 2005. 4. 29. 17:25
 1월 8일 오전 8시

어제의 늦은 귀가로 비몽사몽인데 요란한 휴대폰의 신호음이 들리다.

몽롱한 의식속에 받아드니 친구녀석의 호출이다.

어제 저녁 갈라산으로 산행을 약속하였던 바 있으나  모처럼 꽤 늦도록 맥주도 한잔한 터, 빈소리라 생각했었는데 예상보담 꽤 부지런한 친구이다.

 

집앞으로 온 친구와 동행, 두 친구를 더 포섭하여 산행에 나섰다.

낙동강변을 향해 차를 이동하자 저 멀리 겨울강 위에 흰 물안개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청명하고 江岸은 온통 희뿌연 물안개로 덮혀 夢幻的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추운 날씨 탓일까, 잘 다듬어진 강변의 산책로며 컬러가 선명한 江岸의 잘 다듬어진  육상트랙에도 사람의 자취가 드물다. 연신 감탄사를 발하며 차창밖을 내다보는 사이 차는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고 오래된, 그리 크지 않은 시골마을의 굴뚝에서 하얗게  밥짓는 연기가 피어나고 있었다.

 

등산화 끈을 조여 매고 정상을 향했다.

두꺼운 얼음으로 덮힌 진입로 실개천 속에서는 맑은 소리를 내며쉼 없이 물이 흐르고 있었고 길섶은 머리털 빠진 억새 무리들이 춤을추고 있다. 신작로는 낡은 포크레인이 공사를 하천둑을 정비하느라 덜커덩 거리며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누가 그랬던가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 없다'라고,

세월은 산천마저도 다른 모습으로 바꾸어 놓아 버렸더라.

頂上인  문필봉으로 오르는 길, 부지불식간 과거로의 회상으로 접어들게 한다.

이길은 삼십 수년 전 한무리의 나뭇군 소년들이  찾던 길이었다. 

 

춥고 배고프던 어린시절,

삼베 보자기에 주먹밥 한덩이를 싸들고 삼십리 족한 길을 걸어 땔나무를 찾아 다니던 길이다.

동네 산은 화목작업으로 이미 벌거숭이였으니  먼산으로 땔감을 찾아 나서지 않을 수 없었고 이곳 갈라산만은 그래도 소나무 잎이 말라 떨어진 갈비며, 벌목후 밑둥만 남은 뚱거리며 솔방울이 남아 있었다. 자연 어린 나뭇군들은 악수표 밀가루 포대를 붙여 만든 자루를 메고 찾아들었고 짧은겨울해가 질무렵 어둑해져 오는 산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 오곤 하였었다.

그 때 그길은 왜 그리도 차고 멀었던 것일까.

 

문필봉 정상에 내려다 본 고향 山河는 낮은 산맥의 품안에 고요히, 그리고 평화롭게 안겨 있었고

있고 댐 건설로 물길이 바뀐 낙동강는 그래도 푸른물이 흐르고 있었다. 억겁을 쉬지 않고.

 

하산길에서 후배를 만났다.

후배라지만 사십 중반을 넘어선가 제법 이마가 훤히 벗어지고 세치의 경지는 넘어버린 흰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린다. 녀석은 금슬이 참 좋은 모양이다. 아내를 앞세워 밀며, 그리고 또 당기며 즐겁게 산을 오르고 있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웬지 가슴 한켠 시큰한 감동이 장면이다.

 

세시간여의 가벼운 산행에서 아린 과거의 기억이 외려 아름답고 즐거운 추억으로 다가오고 얼음 덮힌 실개천을 걸어 내려오는 길에서는 나무 푸대를 얼음위로 굴려 경주를 시켜놓고 언손을 호호 불어대며 깔깔 웃던 그리운 친구들의 모습이 보였다.

 

열한살 어린 모습으로....

 

 

겨울 낙동강에는

하얀 물안개가 피더이다

 

언 실개천 아래로는

,동,동, 물이 흐르더이다

 

풀입 마른 언덕 위에는

털 빠진 억새가 춤을 추더이다

 

문필봉 정상에는

겨울 바람이 차기만 하더이다

 

산이 거기에 서 있더이다

물 또한 거기에서 흐르고 있더이다

 

그러나 또한 없더이다

산도, 물도, 옛것이란 하나 없더이다

 

파란 하늘만 옛날과 같을 뿐

그리운 친구들만 환상속에 서 있을 뿐.

                                                                      2005.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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