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춘풍이 깊숙히 스며든 모습이다.
검은 듯 붉은 앙상한
가지로 남아
유난히 찬 지난 겨울을 살아 넘길까 염려스러던 개나리는
잿빛 황폐하던 담벼락에 어느새 화려한 벽화를 그려내는가 하면
수줍음에 다 못핀다는 연분홍 진달래도 키가 작은 상록수 틈에 숨어
고운 자태로 피어나고 있다.
이렇듯 봄빛이 몹시도 고운 지난 일요일
정유산우회 연중 가장 큰 행사인 시산제가 성황리에 끝이 났건만
아직은 감격에 겹고 피로에 겨워 채
깨어나지 못함인가
아름다운 필치로 숱한 산방 친구들을 감탄케 하던 산방 문인들이
아직 필봉을 가다듬느라 귀한 후기를 볼 수 없음이 아쉬워
급한 성정이라 잡문 수준의 후기나마 늘어 놓아 본다.
산방 문인들의 릴레이 후기를
기대하며...
3월 26일
새벽 5시 30분 기상
어제 4주차 토요일, 내 좋아하는 친구들과의 답사모임을 끝내고
늦은 밤에 귀경하여 연신 하품을 늘어 놓으면 챙겼던 행장을 다시 한번 점검,
꽤 여러번(?) 산행을 했던 그런데로 준비는 양호한 편이다.
마지막으로 시산제에 사용하려고 밤늦게 시험을 끝낸 메가폰의 사이렌을
다시한번 울려본다. 물론 밤새 안녕하시겠지.
그런데 아뿔사!
이 어이된 노릇인가 메가폰이 먹통이다.
어제 취침 전까지도 이상이 없었는데 이놈이 먹통이다.
아니 벙어리가 되고 밀있다. 혹 밧데리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거금(?) 8,000천원이나 들여 새 밧데리로 바꾸어 놓았는데...
잠자는 아들놈(나보담 기계에 관한한 선생이다 - 난 기계치이고)을 깨워
밧데리를 바꾸어도 보고 잭을 다시 끼워도 보고 끝내는 분해까지 해 보았지만
결국 메가폰을 숨을 거두고 울지 않았다.
대사를 앞두고 이 무슨 불길(?)한 징조인가?
아침 7시가 다 되도록 혼신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고 마음은 바빠지기 시작한다.
만복회장에게 전화를 했다.
"어이! 이 사람 큰일 났네! 메가폰이 죽어버렸네. 어찌하면 좋을 꼬?"
"그래도 가지고 가 볼까나 혹 전문가가 있을 지 모르니"
만복회장 왈
"뭐, 이 사람아 안되면 두고 오시게 가져오면 짐만 되지"
따는 그렇기도 했다 미안하기는 했지만...
집사람이 아침을 내 왔지만 아침을 먹을 정신이 아니다.
허겁지겁 베낭을 등에 메고 버스를 타고 집합 장소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붉은 태양은 이미 높이 솟아 있었지만 휴일의 도심은 아직 잠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고속버스를 능가하는 속도로 달린 버스는 7시 25분 약속장소에 도착,
예정보다 꽤 이른 시간임에도 형형색색의 등산복을 차려 입은 친구들이 서성이고 있다.
얼굴이 익은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더러 낯선 친구들도 있고...
고층 빌딩 위로 열린 하늘이 쾌청하다.
어제 귀경길에 만난 황사와 궂은 비의 자취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고
볼을 스치는 바람이 아직은 차다. 몇몇 친구들은 바람을 피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한 무리는 버스를 기다리며 서성거리고 수인사를 나누고...
두꺼븐 아(아는 이는 알고)를 비롯한 몇몇 친구가 다소 늦어지긴 했지만
이내 모든 친구들이 집합하고 마침내 버스는 빌딩 숲 도시를 뒤로 하고 출발했다.
어부인께 밥 못먹어 먹는 친구들(?)이 원성의 소리는 김밥 한줄로,
팩우유 한통으로 잦아 들고
이른 새벽을 깨운 친구들은 따사로운 봄볕에 데워진 창에 기대어 가벼운 잠에 빠지고...
더러는 작업을 위한 소곤소곤 대화 삼매경에 빠지고...
봄꽃이 눈을 뜨고 수양버들이 춤추는 길을 따라
버스는 마침내 서리산에 도착하고 산행 깃점이자 시산제 장소인
주차장을 향해 오르는 길은 혼잡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부회장을 비롯한 몇몇 임원들이 새벽에 선발대로 도착하여
넓은 주차장 공간을 확보, 시산제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기다리고 있었다.
차에서 내린 친구들과 선발대 친구들이
또 한바탕 포옹과 수인사로 주차장이 떠들썩해지고...
왁자지껄(?)한 인사가 끝나자 체조로 몸을 풀고 산행길에
올랐다.
오늘 산행은 오후 1시 시산제를 위해 오늘은 ?F은 산행코스를 택하기로 했다.
만복회장은 선두에서 나는 후미에서...
산행 깃점에 이르러 대오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있는데 S친구가 올라오고 있었다.
내가 제일 후미인줄 알았었는데...
용변을 보는 친구들 몇이 더 남았노라고 했다.
S친구를서 앞서 보내고 한참을 기다려도 후미의 인원이 나타나질 않는다.
잘못 알고 있었나? 예상보다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져 기다리기를 포기하고
빠른 걸음으로 정상을 향해 따라 오르는데 A친구가 서 있다.
몇몇 뒤늦게 도착한 친구들을 기다리노라고...
후미를 부탁하고 다시 정상을 향해 오르는데 H님과 S가 하산하고 있었다.
두분 다 컨디션이 영 아니올시다인 모양이다.
H는 복통으로 S는 술병으로...
내가 오늘은 후미를 책임지기로 했나니...
마침내 뒤늦게 출발한 U, S, M, A와 또다른 M등이 도착하는데 무전이 날아온다.
선두와 많이 떨어져 있었던 모양이다.
계획된 시간에 시산제를 올릴 수 있을까 염려되어 A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
선두를 ?i기 시작, 한참만에 B,M,T,D,C등 중위의 친구들을 만나고,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중위를 먼저 출발 시키고 다시 후미를 기다리기로 했는데
D친구가 C와 또 다른 D친구를 끌고(?) 올라오고 있었고
능선을 하나를 더 오르자 H친구가 혼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후미의 상황을 전하자 M을 비롯한 후미는 자기가 책임지겠단다.
예전에도 더러 M을 책임지고 끌고(?) 오던 친구라 흔쾌히 그러마 하고 정상을 향해 오르는데
다시 한번 무전이 날라오고...
결국은 D마저 후미에 남기고 C와 D를 뒤따르게 하고 정상으로 향해 뛰어 오르기 시작했다.
질퍽하게 녹아내린 땅이 미끄러웠지만 행여 시산제 시간에 늦을까 S와 함께
달음박질로 정상에 도착하자 선두가 코 앞에 서있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발걸음에 여유가 생기고 편안한(?) 내리막을 내려가 임도를 하산길에 들었다.
어인 일인가 산행 때 마다 늘 힘들어 하던 E와O의 발걸음이 오늘은 예상외로 가볍다.
아마도 따사로운 봄볕이며 바람이, 맑고 청량한 공기가, 좋은 친구와의 향기로운 대화에
고통을 망각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임도를 따라 걷다 계곡으로 방향을 틀어 하산길이 끝날 무렵
응당진 계곡 한곳에서 아직은 녹지 얼음판 위에서 두 여인이 장난질에 여념이 없었다.
잠시 얼음판 속을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지친 다리를 쉬고 있을 있는데
한 친구가 다리를 절며 걸어 내려오고 있었다.
아뿔사 하산길에 발목을 삔 모양이다.
오늘 산행에서 처음 본 얼굴인데...
늘 믿음직한 T친구가 베낭에서 압박붕대를 꺼내어 삔 발목에 감는데
그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불행중 다행으로 하산길이 얼마 남지 않았다.
건장한 남정네 몇이 호위를 하며 하산길에 들고......
하산이 완료되고 예정 보다 30분여가 늦은 시각에 시산제가 시작 되었다.
시샵을 비롯한 운영자, 임원들의 소개가 있고, 유공자 표창이 있고...
한해 산행의 무사함과 각자의 마음속 염원을 담은 소원지를 불사름으로서 시산제가 끝나고
깔끔하게 차려진 부폐로 점심을 나누고 교통체증을 염려하여 서둘러 뒤풀이 장소로 이동하였다.
지천명이라는 쉰의 나이, 그러나 그들은 정열은 20대의 열정이 부럽지 않았다.
현란한 몸놀림으로 춤을 추는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가수를 빰치는 놀라운 노래 솜씨를 자랑하는 친구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혼연일체가 되어 손뼉을 치며,
어깨를 들썩이며 함께 흥에 겨웠고
작은 주점을 태워 버릴듯 ?K아져 나오는 열기는 산행으로 젖은 속옷이 채 마르기도 전에
또 다시 뜨거운 땀으로 적셔내고 있었다.
내 기억에 가장 많은(?) 술을 마셔던 날,
아마 살아온 날들 중 가장 흥겨웠던 순간을 경험하지 않았나 싶다.
혹 추태나 결례가 없었나 염려 되지만...
친구들!
살아온 날 보다 살아갈 날들이 많지는 않겠지만
산행은 좋은 친구와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나눌수 있음이 행복이요
맑은 공기와 신선한 바람의 호흡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음이 또한 행복이며
자연을 사랑하고 호연지기를 기르며 그 위대한 자연의 위대한 힘을 인식하고
겸손한 마음을 닦을 수 있음이 또한 행복이 아니겠는가!
햇빛 고운 날
시산제에 동참해 주신 시샵을 비롯한 임원들,
그리고 지역장, 소모임의 대표들
그리고 관심을 보여 주시는 수 많은 느낌방 회원들,
그리고 시산제 준비를 위해 밤낮의 노력을 아끼지 않은 정유 산우회 임원들
그들의 노고에 감사 드리며
우리의 우정이 끊임없이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