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스러웠지만 즐거웠던 산행에 후기가 없어서야 앙꼬 없는 찐빵일 것이요, 고무줄 없는 빤스일 것, 하여 산방문인 희원이의 후기를 기다리다 기침이 없고 기다림에 지쳐 졸필을 함부로 휘둘러 잡문(雜文) 수준의 후기를 올려 본다.
실은 점심밥 먹고나니 잠도 살살 오고 졸음도 쫓아야하리니…
이번 정기산행은 심적부담이 컷다.
늘상 남들 따라 산보 수준의 산행만을 하였을 뿐 산행에 식견이란 없는 몸이 등 떠밀려(?) 감히 정기산행 공지를 올리고 하루하루가 불안하였다. 초기에는 혹여 참여 인원이 적을까 매일 공지란의 꼬리를 들여다 보고, 몇번씩이나 인원수도 세어도 보고…
마침내 총무의 인원 성황리(?) 인원 확정 통보를 받고 한시름 놓아질 줄 알있으나 정작 걱정은 그때부터였다. 학창시절 수 없이 드나들던 소백산 그러나 기실 단 한번도 정상을 올라본적이 없다. 희방사 까지는 눈 감고도 가겠는데…
대장의 자문을 얻어 등반코스는 정해지고…
운좋게도 회장과 현기 친구의 배려로 전문 산악인의 가이드로 받을 수 있는 행운이 오고…그래도 불안하여 지난 금요일 후배 직원 한놈을 대동, 출장을 핑계로 현지 답사에 나섰다. 멀리서 바라본 소백산 준령들은 흰빛 눈으로 장엄하고도 찬란한 빛을 발산하고 있었고…
천동리 계곡으로, 죽령 매표소로, 삼가리 깃점으로 식당을 비롯한 답사를 끝내고 토요일은 느긋한(?) 맘으로 고향에서 초등 친구들과 신나게 윷놀이도 한판 하고, 여흥의 자리에서 자랑을 늘어 놓았다. 내일 친구들과 소백산 비로봉 등정을 계획하고 있다. 순백(純白)의 설산에서 무릎까지 빠지는 눈을 밟으며 낭만을 만끽(?)하리라, 그대들은 부러워만하고 말지어라. 그 때 구석자리에서 머리가 하얗게 쇤 젊잖은(?) 친구가 한마디 한다. “어이 이 사람아 자네 소백산 간다고, 어느 코스로 갈건데?” 워낙에 젊잖아 늘 함부로(?) 대하기 어려운 친구였다. 간단하게 한편 자랑스레 코스를 알려주자 이 친구 염려스러운 투로 한마디 했다. 몇일 전 조난사고 얘기며 소위 전문가로 볼 수 있는 소방관 다섯이 비로봉 바람에 동상이 걸린 얘기며…
작년말까지 소백산 관할의 영주에서 소방서장을 하던 친구다.
엄습하는 불안감, 일요일 이른 아침을 깨워 삼가리 매표소로 향했다. 9시 15분 도착. 서울에서 이미 출발시간이 한시간이나 지연 되었다는 총무의 전언이 있은 후라 마음이 더욱 급해진다. 매표소에 도착하여 다짜고자 매표원에게 질문을 퍼부었다. 코스별 소요시간이며, 정상의 날씨며, 휴게시설이며… 요즘 참 친절하더라 장장 30여분간의 질문에 親절하게 답하며 내려 준 결론은 최초 산행코스는 무리란는 것 이었다.
“어쩔 수 없다. 안전한 산행을 위해 다소 욕을 먹더라도 산행코스를 변경하자, 다들 귀(貴)중요한 친구들이신데…마음속으로 다짐하며 매표소를 나서 혹 준비 부족이라도 있나 하여 두번이나 매점으로 오르내린 뒤 가벼운 체조로 몸을 풀고 나자 버스기 도착 하였다.
반갑게 수인사를 나누고 가벼운 체조로 몸을 풀고 잠시 오늘 산행코스의 정정을 통보하였다. 다행히 반대 의견이 없어 동참 해주신 최종열님의 주의 사항을 듣고 힘찬 파이팅과 함께 산행에 접어 들었다.
선두를 맡고 서서히 걸음을 떼기 시작하였다. 너무 페이스를 늦춘 탓인가 나를 추월해 가는 친구들이 더러 보인다. 다소의 호승심의 발로와 안전 산행을 위해 빠른 걸음으로 선두를 따라 잡으니 아뿔사 이젠 페이스가 너무 빨라져 있다.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최종열님의 주의 사항과 며 후미 친구들에 대한 배려를 잠시 잊었었다.
대오를 정비하고 후미를 위해 중간 중간 쉬며 걸으며 선두 그룹을 형성한 화정, 나야, 희원, 밤비…등과 마침내 비로봉 정상을 향해 깔딱 고개를 단숨에 차고 올랐다. 땀은 비오듯 흐르는 땀을 닦으며 정상에 올랐다.
역시 명불허전, 소백산의 바람은 매섭게 茶고 그 위세가 단숨에 이 육중한 모을 계곡 아래로 날려버릴 듯 하다. 등뒤에 꽂은 바람에 날려 얼굴을 때리자 마치 볼이리 찢어지는 듯 아리다. 후미 친구들을 기다리다 좀더 나은 장소의 확보를 위해 비로봉에서 주목군락 감시초소를 두번이나 오르락 내리락 거리고, 아들놈의 카메라로 서툰 솜씨로 곱은 손을 녹여가며 사진을 찍다 다 마침내 회장을 비롯한 후미와 동행, 초소로 돌아오자 초소안은 이미 만찬의 시간이다. 오늘 아침 일찍 그것도 시집간 동생집에서 출발한 터라 도시락을 싸오지 못하였다. 비상 식량이야 늘상 충분하지만… 주변을 기웃 거리나 인간들 별로 알은척을 않는다. 비겁한..ㄴ.또 ㄴ.
마침 회장과 늦게 도착한 친구들이 베낭을 풀자 맛있는 라면이며 밥을 쏟아져 나온다. 때론 약삭빠른 高양이가 밤눈 어두운 법, 부러운 눈초리를 뒤로한 즐거운 식사의 시간이 지나고 하산길로 접어 들었다. 지연이가 사람을 찾는다. 어부인을 분실한(?) 모양이다. 낸들 알리 있나? “등신 잘 챙기지.” “니 오늘 죽었다.”
보석이가 나를 추월하여 지나고 짧지 않은 계곡길을 마치 봄나들이라도 나선 양 유유히 뽀드득 소리를 내며 아파하는 눈을 밟으며 하산길로 들었다. 이제부터는 순로(順路) 후미를 크게 의식하지 않고 보폭을 늘리고 걸음에 가속도를 붙여 마침내 천동리에서 산행을 끝내고 제법 운치(韻致) 있는 주점에서 산채 비빔밥, 두부, 더덕동동주를 곁들인 간단한 저녁을 나누고 금월의 생일자를 위한 조촐한 축하의 케익을 자르고 귀경길로 들었다.
ㅎㅎ 실은 난 음력인데…
그리 편치 좌석에도 조금의 불만도 표하지 않으시고 산행간 늘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친구들이며 임원진 특히 우리들의 안전한 산행을 위해 어려운 걸음을 해주신 최종열님 께 감사의 정을 전하고 싶다.
친구들아! 다음 산행은 더더욱 즐겁고 보람된 만남의 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 산행에 처음 뵙게된 몇몇 친구분들에게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바입니다.
오늘 하루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을 마치게 됨을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리며
늘 건강하고 즐겁운 날들의 연속이시길 빌어 봅니다.
2005년 2월 28일